D’angelo R.I.P
‘I found my smile again’
D’angelo 가 51세 나이로 사망했다. 암이 있었다고 한다. D’angelo는 훌륭한 뮤지션이었다. 그는 살면서 단 3장의 앨범을 냈고, 그 3장의 앨범이 전부 영향력이 있었던 몇 안되는 아티스트였다. 그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집을 발매하고 3집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으며 제법 긴 시간 마약으로 고생도 했다. 그래서일까? 1집에 실렸던 ‘I found my smile again’이라는 곡이 항상 나에게 와닿는 노래 중 하나다.
그의 일대기를 적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보다 훌륭한 평론가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적고 싶은 것은 그가 왜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에 대해서다. 그러니까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다면 내 글은 읽히지 않아도 무방하다.
‘Brown Sugar’
대학생 때 음악을 해보려고 가입한 동아리의 이름이였다. 무슨 뜻인지 몰라 설립자 선배에게 물어봤더니 아름다운 흑인 여성을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D’angelo의 ‘Brown Sugar’와 영화 ‘Brown Sugar’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이름이라고 했다. 영화와 뮤지션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는 없다.
동아리 가입을 계기로 D’angelo라는 이름을 알게되었고 CD를 구매하기 위해 레코드 가게로 향했다. 당시는 2005년 하반기였기 때문에 CD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 일이 흔했다.(정확하게는 mp3에 밀려나기 시작했던 때다.) D’angelo의 경우 2집 Voodoo 앨범은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반면에 그의 첫 앨범인 ‘Brown Sugar’는 구하기가 어려웠다. 2005년도를 기준으로 10년 전에 나왔던 앨범을 사야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D’angelo는 사실 한국에서 딱히 유명한 뮤지션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앨범을 찾는 것 자체가 매니악한 취향이기도 했다.
당시 신나라 레코드, 향뮤직, 퍼플레코드 등에서 앨범을 구매하였는데 ‘Brown Sugar’ 앨범을 손에 넣은 곳은 퍼플레코드다. 무려 32,000원이나 주고 앨범을 샀는데 한국에는 정식으로 발매된 적이 없었는지 일본에서 발매한 판을 구매하였다. 당시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제법 거금을 들여서 CD를 구매한 셈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5년 10월까지도 이 앨범은 cd장에 잘 보관되어 있고, 어제는 cd를 꺼내서 음악을 들었다.
구매한 직후 집으로 가서 오디오에 cd를 넣고 음악을 들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Brown Sugar’의 스타일을 단번에 이해하지는 못했다. 정확하게 와! 죽여준다라는 느낌보다는 난해한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뭔가 Jazz 같기도 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위에 얇상한 목소리가 오가는 게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당시 음악적 식견이 짧았던 나로서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내 귀는 새로운 음악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2pac’이나 ‘lil wayne’을 들었을 때가 특히나 그랬다. 왜 좋은지를 제법 시간이 흐른 후에 알았다. D’angelo도 그런 뮤지션이었는데, 이 사람의 음악에 빠지게 된 건 cd를 사고도 1년 뒤의 일이었던 것 같다.
‘Shit, Damn, Mother Fucker’
이 트랙을 처음 들은 것은 아닌데, 어느날 버스에서 이 트랙의 가사를 유심히 들었을 때 뭔가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여자친구가 외간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상대 남자를 죽이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대단히 매력적인 방식으로 풀어놓은 음악이다. Jazztic한 반주에 섹시한 보컬이 들어가는데 자극적인 가사와는 묘하게 상충되는 느낌이 독특하다.
이 노래는 한국의 ‘처용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불륜의 목격’과 이를 음악으로서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흥미로웠다. 처용은 일종의 퇴마를 위한 음악이었다.(역신을 물리친다는 목적에서) 반면 D’angelo의 음악은 시간 순서대로 변하는 화자의 감정과 살인이라는 사건을 표현했다. 다만 두 화자가 마지막에 느낀 감정이 다소 ‘자포자기’ 혹은 ‘허탈함’이라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고찰이 문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재밌는 지점이었다. (‘불륜’이라는 행위는 고금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사건이며, 이를 표현하는 음악적, 문학적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 그리고 불륜을 목격하는 사람의 심정은 결과적으로 비슷하다는 점 등)
이를 계기로 D’angelo에 대한 관심이 깊게 생겼고, 그의 음악을 깊이 듣기 시작했다. 한동안 D’angelo의 음악만 들었던 때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의 음악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기존의 것들을 뒤집는 파격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죽음은 단순히 인기 있었던 어떤 뮤지션의 죽음이라고 할 수 없고, 나의 창작활동을 그리고 생각을 되짚어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속에 자리하고 있는 뮤지션이라 나의 추억 속에 한 편을 기록해 본다.